전환사채(CB) 공시 읽는 법: 실제 발행결정 공시 한 장을 해부한다
전환사채(CB)는 "채권인데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증권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자를 아끼며 돈을 빌리는 수단이고,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언젠가 내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예고장입니다. 개념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CB 공시는 결국 표 안의 숫자 몇 개를 읽는 문제이므로, 실제 공시 한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읽어 보겠습니다.
실제 공시: 모아데이타 12회차 CB (2025년 12월 22일)
코스닥 상장사 모아데이타는 2025년 12월 22일 이사회에서 12회차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했습니다. KIND에 공시된 원문의 핵심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채 총액: 20억원 (자금 용도: 운영자금)
- 표면이자율 2.00% / 만기이자율 7.00%, 만기일 2029년 12월 30일
- 전환가액: 950원, 최저 조정가액(리픽싱 하한): 665원
- 전환청구기간: 2026년 12월 30일 ~ 2029년 11월 30일 (납입일 2025년 12월 30일의 1년 뒤부터)
- 전환 가능 주식 수: 2,105,263주, 발행주식총수 대비 5.74%
- 발행 방식: 사모(특정 투자자 대상)
규모가 크지 않은 전형적인 코스닥 사모 CB이고, 그래서 오히려 개인 투자자가 실제로 마주치는 공시의 표준형에 가깝습니다. 이제 항목별로 이 숫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봅니다.
이자율이 두 개인 이유: 표면 2%, 만기 7%
표면이자율 2%는 보유 기간 중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쿠폰입니다. 만기이자율 7%는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들고 가면 연 7% 수익이 되도록 정산해 주겠다"는 약속입니다. 두 숫자의 간격이 클수록 투자자는 이자보다 주식 전환 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자에게 만기 7%를 보장해야 돈을 빌릴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회사의 신용으로는 일반 회사채 저금리 조달이 어려웠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전환가 950원, 하한 665원: 리픽싱의 산수
전환가액 950원은 "이 채권 1,000원어치를 주식 몇 주로 바꿔 주느냐"의 기준입니다. 주가가 950원을 넘으면 전환 차익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 아래 칸의 최저 조정가액 665원이 더 중요합니다. 950 × 0.7 = 665, 정확히 70%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 리픽싱(전환가액 하향 조정)의 하한을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정하고 있고, 2024년 12월 시행된 개정으로 이 하한을 벗어나려면 발행 때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더 엄격해졌습니다. 즉 이 공시의 발행 조건은 규정상 내릴 수 있는 만큼 끝까지 내릴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주의할 점 하나. 사모 CB는 주가가 내려 리픽싱으로 전환가를 낮췄더라도, 이후 주가가 회복되면 전환가를 다시 올리도록 하는 상향 리픽싱 의무도 규정에 들어 있습니다(2021년 12월 도입). 정정 공시로 "전환가액 조정" 문서가 나오면 방향이 하향인지 상향인지부터 확인하세요.
희석 5.74%는 최소치다: 계산해 보기
공시의 전환 가능 주식 수는 20억원 ÷ 950원 = 2,105,263주로, 문서에 적힌 값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것이 발행주식총수 대비 5.74%입니다. 그런데 리픽싱이 하한까지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20억원을 665원으로 나누면 약 3,007,500주, 비율로는 8%대로 커집니다. 공시에 적힌 희석 비율은 최선의 경우이고, 리픽싱 하한 기준으로 다시 나눠 본 값이 최악의 경우입니다. 이 두 개를 모두 계산해 보는 것이 CB 공시 읽기에서 가장 실용적인 습관입니다.
날짜 세 개: 납입일, 청구 시작일, 만기일
납입일(2025-12-30)은 돈이 실제로 들어오는 날입니다. 전환청구 시작일(2026-12-30)은 그로부터 1년 뒤인데, 이는 사모 CB의 일반적 구조입니다. 즉 발행 후 1년 동안은 전환 물량이 나올 수 없고, 1년이 되는 시점부터 잠재 매물 부담이 현실화됩니다. 관심 종목에 사모 CB가 있다면 청구 시작일을 달력에 적어 두는 것이 실질적인 활용법입니다.
CB 공시에서 챙길 숫자는 다섯 개입니다. 총액(시가총액 대비 얼마나 큰가), 만기이자율(회사가 얼마나 아쉬웠나), 전환가와 최저 조정가(얼마까지 내려갈 수 있나), 전환 가능 주식 비율(최소·최대 희석), 그리고 전환청구 시작일(물량이 언제부터 나올 수 있나).
내 종목의 CB 공시를 찾으려면
내 종목 공시 레이더에서 종목명으로 검색하면 최근 공시 목록에서 "전환사채권발행결정", "전환가액의조정" 제목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 발행분까지 훑으려면 DART에서 회사명 검색 후 공시 유형을 "주요사항보고"로 좁히는 방법이 빠릅니다.
이 글의 사례와 출처
본문 수치는 모아데이타 12회차 전환사채 발행결정 공시(이사회 결의 2025-12-22, KIND 게시)에서 그대로 가져왔고, 최저 전환가액 기준 주식 수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같은 공식으로 다시 나눠 본 계산입니다. 리픽싱 하한 70% 규정과 2024년 12월 시행 개정 내용은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기준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해당 회사나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